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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마을-23부
작성자 : 익명
27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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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현우는 걱정이 되었고 가까이 다가왔는지 옷이 부딪히는 소리가 현우의 귓가에도 들려오고 있었다.

 

사그락 거리는 미약한 소리.

 

불현 듯 현우의 머리속으로 쭈삣거리는 느낌이 몰려오며 떠오르는 여인이 있었다.

 

윤초시댁 둘째며느리가 현우의 머리속으로 스쳐지나고 하얀색 옷의 인영이 나무를 지나치고는 길을 따라 걸어가는게 느껴진다.

 

굳은 듯 나무뒤에 서있던 현우는 고개를 살며시 돌리고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시선을 모아갔다.

 

역시 그녀다.

 

오늘도 하얀색 소복에 보퉁이를 손에 쥔 채 어디론가 가는지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뒷모습을 보이며 걸어가는게 보였다.

 

한동안을 지켜보던 현우는 마을밖 쪽으로 걸어나가는 그녀를 바라보다 한참을 생각에 잠긴후 그녀가 가는 방향으로 빠른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밤마다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그녀의 행동이 현우의 호기심을 자극했는지 제법 민첩한 행동으로 그녀를 따라가기 시작한다.

 

마을밖을 벗어난 윤초시댁 며느리는 두렵지도 않은지 좁은 소롯길을 따라 올라가며 시커멓게 보여지는 숲속길로 접어 들어갔다.

 

멀리서 그녀를 따르던 현우가 풀속의 수풀로 몸을 감추며 그녀의 행동을 주시하기 시작하고

 

숲속으로 들어선 그녀는 많이 지나다녔던 듯 아무렇지도 않게 나무사이를 지나간다.

 

숲속길을 들어서기가 난감한 듯 한참을 고심하던 현우의 얼굴에 결심의 빛이 어리고는 그녀가 들어간 숲속으로 허리를 낮추고는 재빠르게 다가가고 컴컴해 보이는 숲속의 큰 그루터기뒤로 몸을 숨기고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그녀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그녀를 찾아가던 현우의 시선에 멀리서 숲사이를 지나 앑은 동산을 오르는 그녀의 모습이 보여지고 숲속사이로 보여지는 달빛을 기준삼아 나무사이를 빠져나가 그녀가 오르는 동산으로 향한다.

 

바지끝으로 가시덤불과 나뭇가지들이 걸리며 현우의 다리에 생채기를 만들어가고 긴장때문인지 아픔을 모르겠다는 듯 현우는 동산이 앞에 보이는 곳까지 다다라 있었다.

 

동산을 오르며 현우의 머리속으로 예전에 왔었던 기억이 떠오르고는 동작을 멈추고 그녀가 간 방향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윤초시댁 선산이 있는 곳이었다.

 

밤이라 지형이 낮설게 보였지만 이 동산만 넘으면 윤씨가문의 선산이 있음을 현우는 그제서야 기억해 낸다.

 

이 늦은 밤에 왜 선산을 찾아가는지 현우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자도 아닌 여자의 몸으로 험한길을 오른다는게 쉽지는 않을텐데하고 현우가 생각을 한다.

 

 

 

을씨년 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묘지들 사이로 윤초시 며느리가 앉아 있었다.

 

달빛사이로 하얀 소복을 입은 채 단장이 잘 된 듯한 묘앞에 무릎을 구부리고는 말없이 묘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깊은듯한 한숨을 토해낸 그녀의 얼굴위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눈으로 대화라도 나누는 듯 묘지를 바라보는 눈속엔 복잡한 듯 미묘한 빛이 흘러 나온다.

 

윤지는 자신의 남편인 기성의 묘앞에서 괴로워지는 마음을 달래지 못하고 눈물로서 괴로움을 표시한다.

 

윤초시댁의 둘째며느리로 들어오면서 늠름하고 항상 부드럽게 자신을 대해주던 기성이 싸늘한 묘지로 대신을 한다는게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하염없이 눈물을 토해내며 시신없는 무덤으로나마 영혼을 위로하려 했지만 자꾸만 생각나는 기성의 모습은 그녀의 마음을 아픔게 한다.

 

지난밤에도 기성이 꿈속에 나타나 자신을 말없이 쳐다보고는 어디론가 사라져가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을 졸이며 울었는지.

 

이름모를 야산에 뭍혀있을 남편을 생각하며 윤지는 묘지에 엎드린 채 하염없는 눈물을 쏟아내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구슬프게 울어대는 그녀를 바라보는 현우는 마을 사람들이 의혹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녀에 대해 쌓였던 의문이 풀려감을 느꼈다. 

 

늦은밤 아무도 오지않는 묘지를 찾아가는 윤초시 며느리의 행동은 가슴에 사랑하는 사람을 뭍은 채 그리움에 몸부림치는 그녀만의 표현이라고 현우는 생각을 했다.

 

보퉁이를 풀어가는 윤지는 정성껏 마련한 음식과 술을 묘지앞에 가지런히 펼쳐놓고는 어디서 헤매고 있을지 모르는 남편의 영혼을 부르듯 나지막이 소리내어 부르고는 마치 대화를 나누 듯 얘기를 한다.

 

“영호아버지..당신이 좋아하는 호박전이에요……당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윤지는 술잔에 술을 채워 묘지의 상석위로 올려놓으며 살아있는 사람이 상을 받는것처럼 하나하나 손을대며 시중을 드는 듯 행동을 한다.

 

풀벌레 소리만이 고즈넉한 묘지안의 정적을 깨우며 울려대고 오랜시간 동안을 윤지는 묘를 지키며 앉아있는 모습이 보여져간다.

 

 

 

선산을 내려오는 윤지는 만족스럽지못한 마음대문인지 여전히 무거운 얼굴로 어둠이 짙게 깔린 숲속길을 지나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사박거리는 그녀의 발자국 소리가 현우가 웅크리고 있는 수풀을 지나 나무사이를 비켜 지나가고 하얀옷이 보여지는 그녀의 모습을 따라 현우는 발소리를 죽이며 그녀를 따르기 시작했다.

 

한참을 걸어가던 윤지의 귓가로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나뭇잎들이 무언가에 밟혀지는 소리에 

 

불현듯 눈이 커지며 걸음이 멈춰진다.

 

아까부터 자신을 따르는 무언가를 있음을 느끼고 등뒤로 식음땀이 흐르고 몸이 떨려오며 급해지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신이 이곳을 다니는 동안 이런일은 한번도 없었는데 짐승인지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뒤에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에 윤지는 두려운 마음이 일기 시작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나무숲을 벗어나려고 걸음이 다급해짐을 의식했다.

 

마른침을 삼키고 앞에 보여지는 나무를 돌아서는 순간

 

윤지는 발끝에 걸려지는 나무덩쿨에 밑으로 꺼지 듯 쓰러져간다.

 

“허억…”

 

다급해지는 마음에 주의를 하지 못하고 그만 나무덩쿨에 발목이 끼이면서 넘어진 윤지는 자세를 일으키며 발목을 들어올려보지만 따끔한 통증과 단단히 조여오는 넝쿨에 발목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다리를 손으로 잡으며 몆번의 시도를 해보지만 뱀처럼 자신의 발목을 감싼 나무덩쿨은 그녀의 다리를 놔주지않고 한참을 낑낑대며 발목을 빼내려 힘을 써보지만 통증만 더해질 뿐 여전히 발목은 넝쿨에 싸인 채 헤어나지를 못했다.

 

윤지는 아까부터 들려오던 자신을 따르던 소리가 잠잠해짐을 느끼며 두려운 듯 커다란 눈으로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분명히 무언가가 자신과 멀지않은 곳에 있을 것 같고 아마도 자신을 살펴보고 있다는 느낌에 윤지는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더구나 발목이 나무덩쿨에 끼여있어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의 공포심은 윤지를 더욱 떨리게 만들고 있었다.

 

현우는 그녀와 멀지않은 곳에 자세를 낮추고는 쓰러진 듯 앉아있는 그녀를 응시하며 이상한 행동을 하는 모습에 의아함이 느껴진다.

 

왜 길로 나서지 얺고 나무밑에 앉아있는지, 무얼 하는것인지 궁금했다.

 

아까부터 다리를 만지는 듯 자신의 종아리를 잡고서 주위를 둘어보는 모습이 계속되고 

 

현우는 그녀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고는 마음이 급해졌다.

 

밤길에 발을 잘못 디뎌 발목을 삔것처럼 생각이 들고 급해지는 마음과 달리 나설수가 없는 상황이라 애가 탄 듯 그녀를 응시하기만을 한다.

 

한참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녀는 움직이지를 못한 채 주위만을 둘러보고 있었다.

 

윤지는 등뒤로 흐르는 땀이 그녀의 속옷과 상의를 적셔감을 느낄수 있었고 이렇게 날이 밝을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는 생각에 나무덜쿨을 바라보고

 

힘을 쓰며 마지막 시도를 해보지만 어른 팔뚝만한 나무덩쿨은 꿈쩍도 하지않은 채 자신의 발목에 통증만을 더해줄 뿐이었다.

 

도저히 자신의 힘으로 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가자 윤지의 머리속은 복잡한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렇게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하나밖에 없는 자식의 얼굴이 아른거리고 

 

집안에서 매일 갖혀지내는 시모와 시름시름 앓고있는 큰동서의 생각이 떠오르고는 깊은 탄식과 함께 두눈으로 굵은 눈물이 떨어져 내린다.

 

자신이 죽는게 두려운게 아니라 자신의 부재로 아파할 집안식구들 때문에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

 

어깨를 떨며 눈물을 떨구던 윤지의 울음이 소리를 내며 입밖으로 터져나오기 시작하고

 

정적에 쌓여있던 숲속은 그녀의 울음소리로 메아리가 되어 울려나간다.

 

지켜보던 현우는 그녀가 낮은 듯 흐느끼는 소리에 번쩍 정신이 듬을 느끼며 그녀가 보이는 나무아래로 시선을 모으고는 그녀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한다.

 

매우 어려운 처지에 빠진 듯 보여지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며 지나가고 

 

머리를 내밀고 그녀가 보여지는 곳으로 한동안을 시선을 모으고있던 현우가 나무를 벗어나 한 걸음씩 발을 내밀어 가기 시작했다.

 

윤지는 나뭇잎이 밟혀지는 소리에 울음을 삼키며 불현듯 두려워지는 마음과 함께 두눈이 커지며 심장박동이 빨라짐을 느낀다.

 

자신과 멀지않은 곳에 움직여지는 물체가 보여지고 커다란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서는 것을 보며 두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는 듯 커지며 몸을 떨어대기 시작했다.

 

극도의 공포감이 그녀의 머리속을 하얗게 비워가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의 그림자를 보아가던 윤지는 흐려지는 의식을 느끼고는 자리로 쓰러져갔다.

 

현우는 자신을 쳐다보던 윤초시댁 며느리가 한동안을 자신을 응시하다 옆으로 쓰려져가는 모습에 재빠르게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쓰러지는 그녀를 받아 안는다.

 

가녀린 체구에 축 처져버린 그녀를 무릎에 기대게 한 채 그녀의 발목을 바라보던 현우는 나무덩쿨사이에 끼여있는 발목을 보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왜 움직이지를 못했는지 상황을 판단한 현우가 덩쿵을 손에쥐고는 나무덩쿨사이의 그녀의 가녀린 발목을 빼내고 그녀를 자신의 무릎에 눞혀 놓는다.

 

편안한 듯 눞여진 그녀를 바라보던 현우는 기절까지 해버린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난감한 고민에 빠지고 한동안을 고심하던 끝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할 수 없다는 듯

 

누워있는 흔들어 깨워간다.

 

“여보세요…..정신 차리세요…여보세요….”

 

윤지는 환청처럼 들려오는 소리에 잠을 깨어가는 듯 서서히 눈을 떠가고 몽롱한 느낌뒤로 

 

보여지는 모습에 서서히 눈이 커지기 시작한다.

 

그녀의 눈으로 어두워진 숲의 모습과 싸늘해진 공기가 느껴지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인영을 보고는 몸을 떨어댄다.

 

“누…누….누구세요…??”

 

초점이 잡히지 않는 듯 현우를 바라보는 눈이 풀려있음을 알 수 있었고

 

“진정하세요….저…알아 보시겠어요…??..”

 

떨리는 가슴으로 손을 올린 채 윤지는 시선을 모아가며 사내의 얼굴을 쳐다본다.

 

어둠속이였지만 사내가 누구인지 기억이 났다.

 

얼마전 냇가에서 고기를 잡으며 즐거워하던 사내다.

 

감나무집 손자이며 시아버지인 윤초시의 장례에도 도움을 받았던 그 사내라는 생각에 

 

윤지는 안도의 한숨과 ‘왜..여기에…이사내가..’하는 의혹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어떻게..??..”

 

자신이 걱정하던 일이 현실이 된게 난처한 듯 현우는 한숨을 내쉬며

 

“일단 진정을 하시고…그 얘기는 나중에 하죠….??….좀..괜찮아요…?”

 

“어맛….”

 

현우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느낀 윤지는 당혹스러운 듯 자세를 바로하고는 일어서려고 다리를 짚는 순간

 

“악…..”

 

발목을 잡으며 자리로 주저앉고 만다.

 

멀쩡할 줄 알았는지 힘을 실아가던 발목으로 끊어지는 듯한 통증에 윤지는 고통을 호소하며 

 

자리에 앉고는 발목을 감아 쥐었고 현우는 윤지가 발목을 잡으며 앉아가자 다시 그녀를 부축하려 하지만 윤지의 손사래에 동작을 멈춘다.

 

“발목이 삐었는가 보네요…걸을 수 있을지 ….”

 

현우는 산너머 산이라는 생각이 들어간다. 

 

“어떻게든 걸어 볼께요….”

 

그녀가 아픔을 참으며 다시 일어서는 자세를 해보지만 발목의 통증은 여간해서는 걸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난처한 듯 현우가 윤지를 바라보다 앉으며 등을 그녀에게 내밀어가고 윤지는 등을 내밀고 업히라는 현우의 행동에 거부감을 표시하지만

 

“그럼..이렇게 계속 있을 거예요..??…날이 밝을때까지…??..”

 

강한톤으로 얘기하는 현우를 바라보며 윤지가 갈등에 쌓여간다.

 

대가집의 며느리로서 보여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평소에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자신의 현실앞에 놓여 있다는게 윤지로서는 믿을 수가 없는 듯했다.

 

화가 나는 듯 현우가 윤지를 바라보며 얘기를 한다.

 

“마을에서 귀신처럼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다고 해괴한 소문이 나돌고 있어요..누군지 아주머니도 알겠지만 나 역시 해괴한 소문을 안믿었는데 오늘은 그 진실을 보게 됐네요. 해괴한 일을 밝혀내려고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됐지만 더 이상은 저도 그 이상한 일에 관여를 하고싶지 않습니다….아주머니가 업히지 않는다면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그럼…”

 

현우는 굳어진 듯한 얼굴로 한꺼번에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고는 등을 돌리고 숲을 걸어나갔다.

 

“저…저기요…잠깐만요….”

 

윤지가 당황한 듯 현우를 불러간다.

 

현우가 걸음을 멈추어 서고 윤지를 등을 보인 채 서있는 현우에게 떨리는 음성으로 

 

“가…갈께요….”

 

현우가 윤지의 앞으로 다가와 말없이 등을 내밀고 윤지는 어색한 몸짓으로 현우의 등으로 몸을 업혀가고 현우는 업혀지는 그녀를 두손으로 감싸며 일어서서 앞으로 걸어나간다.

 

현우는 이외로 윤초시 며느리가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부드러운 깃털을 지고있는 듯 그녀의 몸은 가벼우면서도 매우 부드러운 느낌에 현우는 마른침을 삼키며 알수없는 야릇한 감정이 느껴졌다.

 

청초해 보이기도 하고 때론 갸냘픈 인상때문인지 보호본능을 느끼게 만드는 그녀에게 이상하게도 마음이 끌리는 느낌이 들어간다.

 

등으로 느껴지는 포근한 감촉도 여간 좋은게 아니었다.

 

현우의 감정과는 다르게 윤지는 좀전에 현우가 얘기한 귀신얘기에 충격을 받은 듯 머리속이 복잡한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상태였다.

 

자신을 누가 보았는지, 그리고 마을에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등 갖가지 생각으로 복잡해져 간다.

 

읍내에서도 인정받는 대가댁인데 자신으로 인해 집안에 안좋은 얘기가 들리지 않을지 걱정도 되기 시작했다.

 

좁은 마을이다보니 소문은 금새 다 퍼질것이고 자신을 업고있는 사내가 소문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자신을 따라 왔다면 벌써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거란 생각에 윤지는 깊은 한숨을 삼키며 걱정스런 눈길을 흘려내기 시작한다.

 

숲속을 벗어나며 밝은 달빛이 마을로 향하는 길을 환하게 비추어 간다.

 

어두웠던 곳을 벗어나자 윤지는 자신을 업고있는 현우의 뒷모습을 보면서 무슨말이라도 하려는 듯 입을 벌렸지만 차마 얘기를 못하겠는지 입을 다물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우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판단이 되었다.

 

아마도 자신에 대한 소문이리라 생각이 들면서 현우는 갈등에 싸이기 시작한다.

 

모른척 할수도 있겠지만 마음의 상처를 오랫동안 그녀가 안고 있을거란 생각에 마음이 찡해져 가고 마을로 들어가기 전 풀밭사이의 나무가 보이자 걸음을 멈추고는

 

“잠시 쉬었다가도 괜찮겠지요..??…”

 

“예..??….아..예…”

 

다른생각을 하고 있었던 듯 그녀가 깜작 놀란 듯 대답을 한다.

 

풀밭사이의 나무밑으로 그녀를 내려놓으며 부드러운 그녀를 떼어놓은게 현우로서는 매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힘들어서 쉬자고 한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그녀와 있고 싶다는 현우의 생각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다소곳이 다리를 모으고 그녀가 풀밭에 앉았고 현우는 그녀와 어느정도 거리를 둔 채 앉고는 자신이 빠져나온 숲속을 바라본다.

 

힐끔거리며 윤지가 현우를 바라보다 두팔로 다리를 끌어앉고는 고개를 숙인 채 밑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동안의 정적이 흐른다.

 

깊어가는 밤만큼이나 포근한 것은 없겠지만 포근함속에 현우는 가슴 떨리는 이상한 감정에 마음속이 심란하다.

 

멀리서만 바라보던 윤초시 며느리의 자태가 자신을 마치 자석처럼 끌어 들인다.

 

느낌만큼이나 마음씨도 좋은 것 같았고 놀란 듯 커져있던 눈은 아직도 현우의 마음속에 각인되어 커다란 인상을 남겨 놓았다.

 

“후…우….”

 

한숨을 내쉰 현우가

 

“언제까지 새벽이슬을 맞으시며 다니실 껀가요..?? “

 

“……….??……..”

 

“어차피 죽은 사람은 마음에 뭍고서 살아가는게 아닌가요…??…그렇게 계속 끄집어내면 돌아가신 분이 좋아 하실까요….??…”

 

“무슨….??…”

 

“제가 강원도 이름모를 곳에서 전투를 벌일 때………”

 

“…………………”

 

“귀한집 독자가 저와 같이 동고동락을 한적이 있었어요…..아마도 이름만 대어도 알만한 대가집 자손이었고……..학벌과 재력도 큰 집안이었다고 알고있어요……”

 

“…………..”

 

“결국은 고혼이 되버린 사람이지만 그 사람이 그러더라구요….어차피 …죽을 목숨들이고..살아서 돌아가면….다행이겠지만…죽었다고 해도…아직 안태어난 것 처럼…잊혀져서..산 사람을 ..괴롭히지 말았으면 하고…”

 

“………..”

 

“비록 전쟁이라는…살육의 장 때문에….아픔이 생겨나기는 하겠지만…누군가가 죽는다면..산사람은 살아남아서…다시는..이런 전쟁이 없도록…후세들에게…전해야한다고요…”

 

“아……”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곳이….전쟁터에요….나 역시도…나를 지켜준…전우들이 있었기에..여기에 있지만 살아남아서…내가 겪은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해야한다는 소명이 남아있는 상태 랍니다…”

 

조용한 어조로 현우가 얘기를 하고는 일어서서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윤지에게 등을 내밀어 간다.

 

등에 업힌 윤지는 머리속을 맴도는 현우의 말을 곰곰히 되세기며 생각에 잠겨가고 현우는 마을안으로 접어들고는 어둠속으로 살아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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